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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성공회 '아동 성학대 의혹 은폐'에 캔터베리 대주교 사임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11/13 [18:57]
“극악무도한 학대에 충분한 조치를 다 하지 못했다”

英성공회 '아동 성학대 의혹 은폐'에 캔터베리 대주교 사임

“극악무도한 학대에 충분한 조치를 다 하지 못했다”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11/13 [18:57]

▲ 저스틴 웰비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의 2013년 3월 즉위식. '아동 성학대 의혹 은폐'네 책임을 지고 11년만에 사임하게 되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성공회 신도 8500만 명을 이끄는 영국 성공회(국교회) 최고 성직자 저스틴 웰비(68) 캔터베리 대주교가 12(현지시간) 사임했다.

 

영국 성공회가 수십년에 걸쳐 발생한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을 은폐했고 웰비 대주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사임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성공회에서 벌어진 극악무도한 학대에 충분한 조치를 다 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의 사임 결정은 교회가 1970년대부터 발생한 대규모 아동 성학대 사건을 은폐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온 지 5일 만이다. 성공회 대주교회의 의뢰로 구성된 독립 조사 위원회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교회에서 활동하던 변호사 존 스미스의 아동학대 혐의를 교회가 감췄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미스는 1970~1980년대 영국에서 교회 여름 캠프를 운영하는 등 관련 활동을 하면서 만난 아동과 젊은 남성 30여명을 성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다. 이후 아프리카로 이주해서도 약 100명에 이르는 청소년을 학대한 의혹을 받는다. 2017년 다큐멘터리 방송을 통해 이런 의혹이 알려져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바로 다음 해에 스미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사망하면서 기소 전에 사건이 종결됐다.

 

그간 웰비 대주교는 이런 의혹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그를 포함한 일부 교회 지도자가 적어도 2013년에 해당 사건을 인지했지만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스미스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웰비 대주교는 지난 2013년 취임했고, 기후변화와 빈곤, 전쟁, 부패,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난민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성공회는 16세기 영국 국왕 헨리 8세가 교황 클레멘트 7세에게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을 청원했다가 거절당한 뒤 로마 가톨릭 교회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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