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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교황 미사 생방송 위해 이슬람 기도방송 자막 대체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9/05 [21:21]
이슬람 최고성직자 손 입맞춤한 교황 "종교적 폭력과 싸우자"

인니, 교황 미사 생방송 위해 이슬람 기도방송 자막 대체

이슬람 최고성직자 손 입맞춤한 교황 "종교적 폭력과 싸우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4/09/05 [21:21]

 

▲ 자카르타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청년들과 만나고 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현지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 미사를 생방송 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전파를 타는 이슬람 기도 방송을 자막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5(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정보통신부를 통해 텔레비전 방송국에 이날 오후 5시부터 교황 집전 미사를 생방송으로 중계해 달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하는데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행사에만 약 8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미사 시간 일부가 이슬람 기도 시간과 겹친다는 점. 인도네시아 방송국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무슬림들을 위해 새벽과 일몰 무렵 두 차례는 약 5분 동안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을 방송한다.

 

이에 종교부는 교황 집전 미사를 생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미사가 방해받지 않도록 기도 방송은 자막으로 대체해 줄 것을 권고했다. 종교부 결정에 주요 이슬람 단체들도 찬성 입장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8천만명 중 약 90%가 무슬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교인이 있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 헌법은 이슬람을 비롯해 개신교와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를 인정하며 이슬람 국민들은 이 중 자유롭게 종교를 택할 수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아 나사루딘 우마르 대이맘 손에 입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 성직자를 만나 종교적 폭력과 싸우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5(현지시간) 현지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았다. 이스티크랄 모스크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로 10만명 이상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이스티크랄 모스크 대() 이맘(이슬람 성직자)인 나사루딘 우마르와 지하 터널을 찾았다.

 

'우정의 터널'로 불리는 이 터널은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그 맞은편에 위치한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지하도로 인도네시아 종교 화합의 상징으로 꼽힌다.

 

교황은 이곳에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신을 찾아 걷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경직성과 근본주의, 극단주의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상호 존중과 사랑에 기초한 열린 사회 건설에 기여하자"고 독려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아 나사루딘 우마르 대이맘 손에 입맞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교황 즉위 이후 역대 최장인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길에 나선 교황은 2일 오후 533(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3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마중 나온 인사들과 인사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차인 흰색 다목적차량(MPV) 도요타 이노바 제닉스를 타고 숙소인 자카르타 주재 바티칸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현지 안타라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고급 방탄 세단을 제공하려 했지만,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교황이 이를 거부해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차량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도 고급 호텔이 아닌 바티칸 대사관을 이용한다.

 

교황은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서 휴식할 예정이었지만 난민과 이주민, 환자 등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미얀마에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을 비롯해 소말리아와 스리랑카 등지에서 건너온 난민과 이주민 등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교황이 2013년 즉위한 후 45번째인 이번 해외 사목 방문은 기간과 거리에서 역대 최장이다. 이번 순방은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총 12일간의 강행군으로 비행 거리만 32814에 달한다. 교황은 순방 기간 4개국에서 모두 야외 미사를 집전하고 40개 이상의 행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12월에 88세가 되는 교황에게는 쉽지 않은 일정이다. 교황은 10대 시절 폐의 일부를 절제했고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하다. 역대 교황 중에서도 프란치스코와 같은 고령에 장기간, 장거리 순방에 나선 적은 없었다. 전임자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스스로 물러났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에 선종했다. 교황의 이번 순방이 가톨릭 교회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입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신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고 새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는 가톨릭의 새 터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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