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의 소개로 민제한의원을 찾은 환자이다. TV에서 많이 본 유명 가수이다. 체격은 우람하고 뚱뚱하다. 튼튼해 보이지만 부정맥이 있고 성대에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시커먼 혹이 생겨 00대학 병원에서 검사 결과 약물치료는 불가하고 수술해야 된다고 해서 공연 성수기를 피하여 6개월 뒤에 수술을 예약했노라고 한다. 소개로 왔는데 성대에 생긴 시커먼 색의 혹이 치료되겠느냐고 불안해한다. 직업이 가수이니 성대를 다치면 노래를 못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일단 체질을 감별하고 보니 24체질 중 가장 강한 체질인 태음인계 담실체질이다. 생활 습관을 살펴보니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다. 새벽 4~7시쯤 자고 낮 11시~오후 3시경 일어나며 술은 아주 고래 중에 상고래이다. 나도 술을 좋아해서 소주 3~4병 정도는 마실 수 있지만 이분은 혼자서 양주 3~5병을 밤이 새도록 마시고도 안 취하는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다. 수면이나 소화, 배설 모두 문제없고 살이 많이 쪄서 걷기 운동도 열심히 하는 중이란다. 하여튼 체질이 감별되었으니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즉석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체질 침과 해당 체질 처방으로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환자 본인은 술도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중도 빼겠다고 한다. 키가 170cm 정도인데 체중이 120킬로였으니 대단한 체격이다.
민제한의원에서 치료한 지 거의 두 달이 지난 다음 정기 검진을 받았는데 대학병원 담당의사가 검사 결과를 보며 혹이 조금 작아지고 시커먼 혹의 색깔이 보통의 살 색깔로 돌아왔다고 했다면서 나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치료가 다 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시큰둥하게 받아 넘겼고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만 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침 치료와 약물 치료를 계속 하였고 3개월 쯤 뒤 대학병원에서의 검진결과 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진단을 받고 대단히 기뻐하며 “원장님, 혹이 없어졌어요.” 한다.
나는 평상시에도 환자에게 아주 자상한 편은 못 된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정성껏 나의 진찰 결과와 치료 대책을 설명해 봐야 잘 믿지도 않으며 환자가 병원 얘기만 주로 해대기 때문에 나도 짜증이 나서 ‘치료해 보면 알 텐데.’ 하고 긴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이다. 하여튼 내가 “그런 일도 생기지요.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라고 하니 “원장님께 말씀드리면 대단히 기뻐할 것이라 생각해서 말씀드린 것인데 원장님은 그렇게 기쁘지 않은 모양이죠?” 하고 반문한다. 왜 기쁘지 않겠는가! 이러한 치료 결과를 위하여 나름대로 얼마나 스승을 찾아 헤맸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고서와 씨름하고 연구하며 고뇌했던가. 마음속으로야 ‘그럼 그렇지.’라고 확신하며 말로는 다 못할 기쁨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마 비유를 하자면 환자보다도 몇 배는 기쁠 것이다.
그 후 단골이 되어 한의원에 오면 원장인 나한테 군대에서 인사하듯이 거수경례를 한다. 서로 보고는 웃는다. 참 점잖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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