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제한의원 원장인 나를 무척이나 대단해 하시는 부부. 민제한의원이 논현동에 있다가 치료 환경이 비좁아 역삼동으로 이전하는 날, 떡을 해와 축하해 주시던 고마운 노부부인데 지금은 가족처럼 경조사를 챙긴다.
나는 본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경제적인 어려움은커녕 대학 예과 1학년 시절부터 골프를 칠 정도였는데 그 덕분인지 경제적 관념이 없어서 맨날 집사람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경제적으로…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개원하면서부터 나는 오로지 명의가 되고 말겠다는 생각에 온통 매진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엉뚱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1970년 전 명의 장중경의 「상한론」 서문의 마지막 구절 “余宿尙方術하니 請事斯語하리다.”(나는 본래 의술을 숭상하나니 이 말씀에 평생 종사하련다. 한마디로 온통 병 고치는 것만 생각하지 평생 딴 짓거리는 하지 않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선언한 것이다.)에 온통 마음이 꽂혀 이 구절을 유명 서예가의 글씨로 액자를 만들어 지금도 한의원에 걸어 두었다. 스승이신 염태환 박사님께 서신을 올릴 때도 어김없이 올리는 글이다.
아무튼 일 년에 1~2차례 보약을 드시러 내원하거나 견비통이 생기면 침 맞으러 오시기도 하고 가끔 저녁식사도 함께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얼굴색이 창백하고 금방 어떻게 되는가 싶을 정도의 안색을 하고 내원하셔서는 “최 박사, 어지러워 죽겠어요. 어제 아침에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받으니 이석증이라고 하는데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었는데도 하나도 차도가 없어요. 하루밖에 안 먹었지만…” 하신다.
총재님의 체질은 태음인계 담실체질임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복진만 하고 “며칠 사이에 속을 끓인 일이 없었나요?”하고 여쭤 보았다. 며칠 전에 막내아들 문제로 속을 끊인 일이 있다고 하신다. “이석증이 아니라 그게 원인이 되어 체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지러운 겁니다.”라고 말씀드렸으나 “병원에서 이석증이라고 하던데…” 라며 의아해 하신다. “이석증은 증상의 결과적 표현일 뿐, 원인이 아니니까 원인을 찾아내어 그것만 치료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 말을 믿고 치료받으세요.” 하니 하여간 치료 좀 해달라고 하신다.
해당 체질 약 10일분과 체질 침 치료를 매일 오셨다. 2회 치료로 호전 반응을 보이다가 3일째 다시 잠깐 어지러웠으나 5회 치료로 거의 호전되었다. 이후에 재발할까봐 3회 더 체질 침 치료를 받았고 지금까지 재발 없이 잘 지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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