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통(萬事亨通)’에 뱀(巳)의 이미지를 접목한 ‘만사형통(萬巳亨通)’ 展
국립민속박물관, 퇴치 대상이자 수호신인 ‘뱀’ 조명 전시회.‘만사형통(萬事亨通)’에 뱀(巳)의 이미지를 접목한 ‘만사형통(萬巳亨通)’ 展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국만화박물관도 ‘청사(靑蛇), 초롱초롱’, ‘청사진(靑巳進)’ 전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새로운 시작, 지혜로운 변혁, 성장과 발전의 의미로 해석되는 ‘푸른 뱀의 해’이다. 뱀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뱀은 날카로운 송곳니와 독이 있고 길고 유연한 몸에 털이 없어 친근한 반려동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전통적 의미에서 뱀은 불사와 영생, 풍요와 다산, 그리고 지혜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한국인은 뱀을 퇴치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집과 재물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삼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모든 일이 잘되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은 사자성어 ‘만사형통(萬事亨通)’에 뱀(巳)의 이미지를 접목해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3월 3일까지 개최 중이다. 전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복합적인 인식을 두루 살펴 전 세계의 뱀 관련 민속문화를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와 스리랑카 지역의 뱀 조각 가면,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이 총집합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 용품에 활용됐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담겼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주로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에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같은 그림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돼 있다. 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을 통해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푸른 뱀의 해를 맞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한국만화박물관에서도 각 박물관의 특징을 살려 각각의 전시를 가졌다.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한국만화박물관은 신년 카툰전 ‘청사(靑蛇), 초롱초롱’을 3월 2일까지 열고 있다. 8개국 63명의 만화가가 참여했으며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푸른 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들은 뱀의 매끄러운 곡선과 예리하게 번뜩이는 시선을 포착해 작품에 녹였다. 무엇보다도 푸른 빛에서 느껴지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새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관람객들에게 전해준다.
한국의 김동화·이두호·조관제, 일본 이와미 세이지, 중국의 러비, 홍콩의 딕쾅 등 참여작가들은 뱀의 매끄러운 곡선과 예리한 시선, 푸른 빛에서 느껴지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 관람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미정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박물관팀장은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된 푸른 뱀 이야기를 통해 힘찬 기운을 느끼고 을사년 새해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교수진과 41명의 학생이 함께 참여해 전통 기법과 재료로 창조한 전통 회화를 선보이는 기획전시 ‘청사진(靑巳進)’을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개최했다. 윷놀이를 푸른 뱀을 감은 현무와 단청으로 장식한 이수영의 'Board game', 벚나무를 휘감은 푸른 뱀과 나무의 조합으로 번영과 재생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하현주의 '청사초롱'을 비롯해 탑을 돌던 뱀이 비구니에게 들켜 인간이 되지 못하자, 미안함을 느낀 비구니가 뱀을 돌보며 일생을 함께했다는 천년고찰 비암의 설화를 재구성한최지원의 '비암'도 전시됐다.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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