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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낙비가 지나고

신명상 | 기사입력 2024/09/10 [07:36]

소낙비가 지나고

신명상 | 입력 : 2024/09/10 [07:36]


소낙비가 지나고

 

무지한 늦더위가 여태 그대로 있는

여름의 늦은 끄트머리

격렬한 비바람이 휘몰아대며

소낙비가 요란히 내려 떨어진다,

한동안 어지러운 혼돈의 호수.

 

한여름 후더운 기세에 눌려

갈 길마저 내려 놓았던

무력한 물새는, 다시 길을 찾아

환희의 몸짓을 풀며

빗줄기 세찬 호수를 멤돈다.

 

한바탕 불볕에 기력이 달려

온 몸을 심히 수그렸던 초목도

빗물에 흠뻑 젖어 생기를 돋운다.

 

소란스런 소낙비가 그치자

바람마저 한점 남김없이 흩어지고

흔들림 없이 평온한 호면

이어 정적이 내리고

어느새 환한 날빛이 넘친다

호수가 잔잔히 반짝인다.

 

계절은 결단코 가만히 떠나지 않는다

소낙비 내리고 때가 이르러, 그제야

한여름의 강렬한 기운은 수그러든다.

 

교차되는 계절, 이 시기는

이리도 부산하고 힘겨운 것인가!

 

세상 모든 일의 실상은, 아마도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 신명상  © CR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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